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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기행]카탈루냐의 예술혼이 빚어낸 ‘카바’
등록일
2013-10-18 오전 10:54:05
글쓴이
관리자
내용
카탈루냐 이외의 곳에서 생산된 스파클링 와인은 카바라고 부를 수 없다.

투우와 플라멩코를 즐기는 정열의 나라,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의 대결로 세계 축구팬을 열광시키는 축구의 나라, 피카소·고야·미로·달리·가우디 등 불세출의 예술가들을 탄생시킨 예술의 나라 스페인! 무적함대와 함께 한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세계를 제패했던 스페인에 와인이 소개된 건 로마 제국이 진출하기 전인 BC 1100년쯤이었다. 넓은 국토에 다양한 토양과 기후만큼 여러 종류의 와인을 자랑하며 현재 포도 재배면적 세계 1위, 생산량 3위를 기록하고 있기에 스페인의 와인을 이해하는 데는 그만큼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동안 몇 번에 걸친 스페인의 와인여행을 통해 항상 그 일부를 이해하는 데 만족해야 했던 필자는 지난 7월 오랜 역사와 예술의 향기가 흐르는 고도 바르셀로나에서 다시 한 번 이베리아 반도의 와인과 와이너리를 찾아 첫 여정을 시작하였다.


스페인 국가지정 문화재인 코도르뉴 와이너리의 지하 와인셀라.



스페인의 대표적 와인 산지인 카탈루냐
마드리드가 스페인 통일을 이룬 중세시대에 건설된 비교적 신흥도시라면 바르셀로나는 기원전 페니키아, 그리스, 로마제국을 거쳐 무어, 아랍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외침과 수난 속에서도 카탈루냐 고유의 토착문화를 꽃피워온 고도이다. 자치주 카탈루냐의 주도인 바르셀로나는 아직도 카탈루냐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문화와 역사에 대단한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 기원전 1세기 로마제국의 식민지로 건설되었던 이곳은 중세에 이탈리아의 시칠리아와 나폴리까지 지배했던 아라곤제국의 중심지였으며, 근대에 와서는 산업의 발전과 모더니즘 운동을 통해 예술·관광도시로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특히 카탈루냐적 아르누보 운동으로 가우디(Gaudi), 몬타네르(Montaner), 카타팔크(Catafalch)의 여러 건축물들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기도 하였다. 또한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 피카소·미로·달리 미술관 등 풍부한 문화예술을 자랑한다. 이 중 필자에게 가장 감동을 주었던 곳은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과 구엘 공원, 그리고 후안미로의 미술관이었다. 가우디 작품에서는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과 자연 소재를 테마로 한 건축예술의 극치를 느낄 수 있었다.


세계문화유산인 가우디의 ‘카사밀라’ 전경.

유럽에서 오랜 역사와 문화가 살아 있는 도시는 항상 맛있는 요리와 와인이 유명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바르셀로나는 음식문화의 메카다. 유명한 타파스 바뿐만 아니라 도처에 전통 음식점이 산재해 있고, 세계 최초로 전위적인 분자요리법을 개발한 산실이다. 필자는 고딕지구 로마유적지에 세워진 유서 깊은 올라호텔에 묵었는데, 이 호텔에는 미슐랭 스타 셰프 자비에 프랑코가 운영하는 유명한 사우크(Sauc) 레스토랑이 있다. 10개의 테이블이 전부인 이곳 식당에서 테이스팅 메뉴를 주문하였다. 카탈루냐의 전통 음식에 현대적인 요리 기법을 도입한 메뉴는 지중해와 내륙의 신선한 재료를 사용한 14개 코스로 구성되어 있었다. 2시간이 소요됐지만 항상 다음 메뉴가 기대되는 행복한 저녁 시간이었다. 이 중 필자에게는 성게 알, 호박, 새우를 곁들인 밥 요리와 레드와인 소스에 가지 카레를 곁들인 카탈루냐 스타일의 송아지 찜 요리가 일품이었다.

카탈루냐는 리오하, 리베라 델 두에로, 토로, 갈리시아, 안달루시아 지방과 함께 스페인의 대표적인 와인 산지 중 하나다. 특히 이 지역이 자랑하는 스파클링(발포성) 와인 카바(Cava)는 1991년 EU로부터 유일한 원산지 표기명을 부여받았다. 따라서 샴페인 지방 이외에서 생산된 스파클링 와인을 샴페인이라고 명기할 수 없듯이 카탈루냐 이외의 곳에서 생산된 스파클링 와인은 카바라고 부를 수 없다.

카바는 샴페인처럼 병 속에서 2차 발효를 통해 생성된 탄산가스를 그대로 이용하기 때문에 대형 발효통을 이용하거나 인공탄산을 첨가한 일반 스파클링 와인과 구별된다. 그만큼 제조하기도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발생한다. 세계 최고의 스파클링 와인은 단연 프랑스의 샴페인이지만 가격이 저렴하면서 이에 필적할 만한 품질을 자랑하는 와인은 스페인의 카바다.


곡선과 자연을 소재로한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내부 모습. 아직도 공사가 진행 중이다.


3억병 보관된 지하저장고 길이는 30km
2011년 7월 30일 AP통신은 분자요리법의 창시자이며, 바르셀로나 근교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레스토랑 엘불리(El- Bulli)를 운영하고 있는, 미슐랭 가이드 별 3개에 빛나는 전설적인 스타 셰프 페란 아드리아의 마지막 만찬 사실을 긴급 타전하였다. 한적한 지중해 연안에서 50석에 불과한 이 식당을 25년 동안 운영하면서 세계의 미식가들을 열광케 하였고, 1~2년 이상의 예약 대기, 연중 6개월만 영업하고 나머지 시간은 늘 새로운 요리를 개발하기 위해서 열정을 불태웠던 그가 재정난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기 때문이었다. 만찬이 끝나고 그가 손님들에게 서빙한 마지막 건배주가 샴페인이 아닌 바로 카탈루냐의 자랑 카바였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세계 카바 와인 시장은 코도르뉴(Codorniu)와 프레시넷(Freixenet) 양사가 지배하고 있다. 필자는 1551년에 설립, 46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스페인의 최장수 기업인 코도르뉴 와이너리를 방문하였다.

바르셀로나 근교 남쪽 페네데스에 위치한 이 와이너리 건물은 1976년에 지정된 국가 문화재이기도 하다. 가우디와 함께 카탈루냐 3대 건축가의 한 사람인 요세프 카타팔크가 설계한 건물만으로도 방문객을 감동케 한다. 3억 병이 잠자고 있는 지하저장고의 길이가 무려 30km로 전동 트램을 타야 구경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연간 6000만 병을 생산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와인 생산공장으로 지나치게 상업적이고 균일화되었다는 점이다.


스파클링 와인은 항상 예술적인 색깔과 거품만으로도 보는 이를 즐겁게 한다. 사진은 코도르뉴 와이너리 시음장에서 카바를 따르는 모습.

손으로 병을 돌려 침전물을 제거하는 르뮈아주 과정도 이곳 와이너리에서 자체 개발해 자동화시켰다. 튤립 잔에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예술적인 거품과 색깔, 상큼함 때문에 주로 식전 주와 디저트 혹은 파티용으로 사용한다. 스파클링 와인은 용도에 따라 가장 드라이한 엑스트라 브뤼(Extra Brut)부터 시작하여 브뤼(Brut), 엑스트라 세코(Extra Seco), 세코(Seco), 세미 세코(Semi-Seco), 그리고 가장 스위트한 둘세(Dulce)의 6가지 타입이 있다. 카바는 한국에서도 충분히 시음할 기회가 많았지만 와이너리에서 직접 시음한 그란 리제르바 그란 코도르뉴가 인상적이었다.

그란 리제르바 그란 코도르뉴는 30개월 이상 병 숙성을 거친 후 출고할 수 있는데 옅은 황금빛을 띤 볏짚 색에 신선하며 복합적인 꽃과 과일 향에 우아하고 부드러운 질감이 분명 샴페인과는 다른 맛이었다. 유난히 추운 샴페인 지방에 비해 온난한 지중해의 영향으로 산도가 다소 낮고 당도가 높아서겠지만, 카바는 분명 샴페인과 다른 개성과 맛을 자랑하는 카탈루냐의 특별한 와인이라고 하기에 충분했다.

글·사진|송점종<우리자산관리 대표, Wine MBA> j-j-so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