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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기행]제2의 수퍼 토스칸을 꿈꾸는 두에마니 와이너리 <2013 02/26ㅣ주간경향 1014호>
등록일
2014-02-25 오전 10:3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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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7ha 규모의 작은 포도밭은 고대 그리스 야외극장 모양으로 멀리 아드리아해를 향해 경사진 면에 위치하였다.

르네상스 문화·예술의 꽃 피렌체는 토스카나의 주도이자 토스카나 와인 산지의 중심에 있다. 피렌체 시내는 대부분 일방통행의 좁은 골목이며 내비게이션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 필자는 여러 번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산지미냐노를 떠나 두오모성당 근처 호텔에 도착했을 땐 이미 늦은 저녁이었다. 15세기 초에 시작된 이탈리아의 르네상스는 메디치 가문의 후원과 피렌체를 통해 꽃피게 된다. 특히 플라톤의 철학, 초월적 사고에 심취했던 코시모 1세가 세운 플라톤 아카데미가 르네상스의 정신적 가치를 제공하였다. 이밖에도 치열한 장인정신과 경쟁의식이 꽃 핀 르네상스의 발상지, 피렌체는 일찍이 기원전 에트루리아인들에 의해 건설된 도시이다.

제2의 수퍼 토스칸 와인을 꿈꾸는 두에마니 와이너리의 리파벨라 포도밭.


음식과 와인의 천국 피렌체
하지만 현재의 번영과 문화·예술도시로서의 명성은 1937년부터 300여년간 피렌체를 통치해온 메디치 가문에 의하여 이루어졌다. 메디치 가문은 시골 농장주로 출발하여 은행업과 모직물 교역으로 축적한 엄청난 부를 기반으로 2명의 교황과 2명의 왕비를 배출했다. 메디치 가문은 문화·예술에 각별한 지원과 관심을 가졌으며 천재예술가 미켈란젤로를 양아들로 삼기도 하였다. 특히 13~18세기의 주옥같은 르네상스 회화작품을 보유한 우피치 미술관을 피렌체 시민에게 기부하여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였다. 르네상스 건축의 창시자 브루넬리스키에 의해 400만장의 벽돌로 지어 올린 두오모성당의 돔은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의 배경으로 우리에게 영원한 사랑의 장소로 남아있다. 바사리의 화려한 프레스코화로 장식된 베키오궁전과 피렌체 중심을 흐르는 아르노강 위의 2층 베키오다리 모두 이 가문의 유산이다. 오페라의 탄생, 식사예절의 전파도 모두 메디치 가문의 덕이다.

이러한 피렌체의 정신은 음식문화와 함께 토스카나가 예부터 명품 와인 산지가 되게 한 원동력이었을 것이다. 피렌체에서는 좁은 골목길을 걷다 아무 레스토랑에 들어가도 항상 합리적인 가격으로 맛좋은 음식과 와인을 즐길 수 있어 좋았다. 문화·예술에 못지않게 피렌체는 음식과 와인의 천국이다.

푸치니의 고향으로 유명한 루카

리파벨라의 토속음식점 라 칸티나 레스토랑에서 시음 중인 수이사시 와인과 호박꽃이 들어있는 라비올리 요리.

미켈란젤로 광장 언덕에서 피렌체의 영광을 가슴에 안고 아드리아 해안을 향했다. 지금까지 토스카나의 키안티 와인을 중심으로 피렌체 남쪽 내륙지역을 여행하였다면 서쪽의 루카(Lucca)와 피사(Pisa) 그리고 수퍼 토스칸 와인의 본고장 볼게리(Bolgheri)를 방문하기 위해서다. 이곳은 서쪽 아드리아 해와 동북쪽 해발 2000m의 아펜니노산맥을 방패삼아 100~500m 높이의 구릉으로 이루어진 지역으로 다양한 토스카나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루카는 마을 전체가 아직도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오페라 <나비부인>으로 유명한 작곡가 푸치니의 고향으로도 유명하다. 성안은 중세의 모습이 거의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었다. 마을 중심에 있는 아름다운 산미켈레 교회 광장을 지나니 푸치니 동상과 그의 생가에 푸치니 박물관이 있었다. 박물관 앞에 있는 유명한 푸치니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하였는데 내륙지방이지만 해산물이 신선하였다. 루카 근교의 포도밭에서 생산한 콜리네 루케지(Colline Lucchesi) 화이트 와인은 가볍고 부드러웠지만 산미가 부족한 것이 아쉬웠다.

저녁을 끝내고 루카에서 남쪽으로 30분 거리에 있는 사탑으로 유명한 피사(Pisa)로 향했다. 피사는 중세에 막강한 해군력으로 한때 이 지역의 맹주로 군림하였다. 그러나 1284년 제노바와의 전투에서 패하고 피렌체에 정복되어 쇠퇴하였다. 지금은 아름다운 두오모성당과 갈릴레오가 가속도를 실험한 사탑(Torre Pendente)만이 옛 영광을 되새기며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2007년 여름밤 고향 토스카나의 야외무대에서 “대지는 침묵을 사랑하고, 음악은 대지를 스며든다”고 한 안드레아 보첼리도 이 곳 피사 법과대학 출신이다. 피사는 고대 에트루리아 시대부터 와인을 생산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최고등급인 키안티 델레 콜리네 피사네를 포함하여 화이트 와인인 비앙코 피사노 디 산 토르페가 유명하다. 향은 강하나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와인들이다.

열정적으로 자신의 꿈을 설명하는 두에마니 와인너리의 오너 루카 다토마(왼쪽)와 파트너 엘레나 첼리(오른쪽).


1년에 3500병만 한정 생산하는 수이사시
피사에서 아드리아 해안을 따라 남쪽 약 60km, 비교적 높은 구릉지역에 있는 리파벨라라는 시골마을을 어렵게 찾아갔다. 토스카나의 전통적인 와인지역 분류로 보면 몬테스쿠다이오(Montescudaio) 와인 산지에 속한다. 이곳에서 다시 지도에도 없는 산악도로를 따라 10km를 달려 조그마한 포도원에 도착하였다. 제2의 수퍼 토스칸의 탄생을 꿈꾸는 젊은 와인메이커 루카 다토마가 둥지를 튼 두에마니 와이너리였다. 7ha 규모의 작은 포도밭은 고대 그리스 야외극장 모양으로 멀리 아드리아해를 향해 경사진 면에 위치하였다. 여느 와이너리처럼 화려하거나 방문객을 압도하는 거대한 셀라도 없었다. 막 개척을 시작하는 농장 느낌이었다. 루카 다토마는 일찍이 베네토 대학에서 양조학을 전공하고 다양한 현장경험을 거쳐 볼게리의 전설적인 수퍼 토스칸 와인 르 마키올레에서 양조를 컨설팅해주는 유명한 와인메이커다. 

고향 루카를 사랑해 이름도 루카라고 지은 그는 같은 고향 출신인 엘레나 첼리와 함께 2000년부터 이 척박한 땅에 그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모든 열정을 바치고 있었다. 유기농법을 고수한 그는 포도원의 토양과 위치에 따라 시라, 카베르네 프랑, 멜롯 등 프랑스의 보르도 품종을 재배하고 있었다. 이곳을 선택한 것은 볼게리 지역과 유사한 기후와 토양, 그리고 무엇보다 땅값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싸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한낱 한적한 농촌이었던 볼게리가 수퍼 토스칸의 탄생으로 마치 골드러시 같은 황금기를 맞이하고 포도밭이 포화상태이기에 그곳에서 새로운 와이너리를 찾는 것은 어렵다고 하였다.

피렌체의 베키오 궁전과 피티 궁전을 연결하는 베키오다리, 2층에는 왕의 전용 통로인 갤러리가 있다.


점심과 함께 와인을 시음하기 위해 다시 리파벨라 마을에 있는 토속음식점으로 이동했다. 이렇게 한적한 마을에서 마치 시골 밥상 같은 편안하고도 맛있는 요리들을 맛볼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행운이었다. 특히 호박꽃을 속에 넣어 물만두처럼 나온 라비올리는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요리였다. 총 4종류의 준비된 와인을 음식과 함께 시음하였다. 전체적인 와인의 맛은 거의 볼게리의 수퍼 토스칸에 비견될 수 있는 구조감과 풍미를 가졌다. 카베르네 프랑과 멜롯을 각각 50% 배합하여 만든 알트로비노(Altrovino 2008), 100% 카베르네 프랑으로 만든 두에마니(Duemani 2007)와 시프라(CIFRA 2010), 그리고 시라 100%로 만든 수이사시(Suisassi 2007) 중 단연 돋보이는 와인이 수이사시였다. 1년에 3500병만 한정 생산하는 수이사시는 짙고 농축된 루비 빛깔, 블랙베리, 옅은 토바코에 스파이시한 향, 14.5%의 높은 알코올 농도에도 신선하면서도 안정된 구조감과 밸런스, 섬세한 타닌과 과일향의 향미가 오랫동안 입안에 지속되었다.

글·사진|송점종<우리자산관리 대표, Wine MBA> j-j-so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