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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기행]혁신과 창조의 산물, 수퍼 토스칸 와인 <2013 03/12ㅣ주간경향 1016호>
등록일
2014-02-25 오전 10:3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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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수퍼 토스칸은 이탈리아 정부의 와인등급규정을 따르지 않고 만든 토스카나지방의 와인을 말한다.

토스카나 와인기행의 종착역 볼게리 지역은 피사에서 지중해 해안을 따라 남쪽 80km, 로마에서 북쪽 270km 지점에 있다. SS1번 고속도로를 빠져나오면 하늘을 찌를 듯한 소나무 가로수 길을 만난다. 이 길이 유명한 베키아 아우렐리아 도로다. 그리고 다시 내륙 쪽으로 끝없는 사이프러스 가로수 길로 연결된다. 노벨문학상에 빛난 이 지역 출신 시인 조수에 카르두치(Giosue Carducci)가 찬양한 길이다. 어디에서나 푸른 하늘과 태양을 볼 수 있다. 짙은 녹색의 포도원과 아직 야성미를 잃지 않는 지중해성 자연풍광이 펼쳐진다. 이곳이 바로 전설적인 수퍼 토스칸 와인의 산지, 볼게리 지역이다.

볼게리 지역 안티노리의 구아도 알 타소 와이너리의 지하셀라에서 숙성 중인 와인들. 좋은 와인은 오크통뿐만 아니라 병입 후에도 일정기간 숙성기간을 거친다.


등급 규정 따르지 않은 특별한 와인
수퍼 토스칸은 이탈리아 정부의 와인등급(DOC)규정을 따르지 않고 만든 토스카나지방의 와인을 말한다. 즉 토스카나 지방에서 생산된 토착품종인 산지오베제나 다른 품종을 배합하여 만들도록 되어 있는 규정을 따르지 않고 주로 프랑스 보르도의 카베르네 쇼비뇽, 카베르네 프랑, 멜롯 등의 품종으로 보르도 스타일의 양조법에 따라 생산된 와인을 말한다. 이렇게 만든 와인은 품질과는 별도로 최하위 등급인 VDT(Vin de Table)로 표기해 판매하게 된다. 이 와인을 처음 시음한 외국 언론인이 그 품질에 감동하여 도저히 VDT급 와인이라고 할 수 없어 지금까지의 토스카나 와인과는 다른 특별한 와인이란 의미로 수퍼 토스칸이라고 표현한 것이 유래라고 한다. 현재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대표적인 수퍼 토스칸은 사시카이아(Sassicaia), 오르넬라이아(Ornellaia), 솔라이아(Solaia), 티냐넬로(Tignanello)뿐만 아니라 최근의 마키올리(Marcholi)까지 대부분 볼게리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들이다. 가격 역시 보르도 명품와인에 맞먹는 높은 시장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세계의 와인애호가들을 사로잡은 수퍼 토스칸의 탄생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오랜 역사적 배경과 르네상스를 탄생시킨 이탈리아인의 장인정신과 창조경영의 산물이다. 기원전 9세기에 이미 에트루리아인에 의해 와인이 생산되었지만, 로마제국의 멸망과 무수한 외지인의 침입으로 이 지역은 황폐화해 한동안 잡목과 늪지대가 전부였다.

그러나 이곳의 토양은 포도 재배에 이상적인 테루아(토양)를 형성하고 있었다. 굵은 자갈과 광물질이 풍부한 내륙 언덕에서부터 점차 서쪽 해안 저지대에 이르기까지 작은 자갈과 고운 석회질, 점토, 진흙과 모래로 분포된 토양은 그에 맞는 다양한 포도품종 재배에 적합하다.

이곳의 기후는 온화하다. 지중해의 영향과 바다에서 불어오는 부드러운 해풍으로 여름에는 무더위를 식혀주고 겨울에는 추위를 막아준다. 하늘은 청명하고 일조량이 풍부하다. 이러한 천혜의 자연조건으로 인해 이곳은 태생적으로 명품와인을 탄생시킬 수밖에 없는 자연 조건을 구비했다. 이러한 자연에 문명을 접목하는 것은 인간의 몫이다. 이 역할은 세 사람의 개척자가 맡았다. 한 사람은 델라 게라르데스카 가문의 기도 알베르토이며 다른 한 사람은 전설적인 사시카이아 와인을 만든 마리오 인치사 델라 로케타이다. 또 다른 한 사람은 그의 동서이자 수퍼 토스칸 와인의 대부인 니콜로 안티노리다.

먹음직스러운 토스카나의 전통 음식과 함께 시음한 구아도알타소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 베르멘티노.


명품와인을 창조한 3명의 개척자
1920년대 계속되는 경기 불황으로 품질보다 양 위주의 와인생산이 만연해 이탈리아 특히 토스카나의 키안티 와인은 과거의 명성을 잃고 저질와인의 대명사가 되었다. 사람들은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하여 양 위주의 와인생산을 거부하고 과거의 비효율적인 전통에서 탈피, 과감하게 프랑스와 독일의 최첨단 양조기술과 장비를 도입하였다. 또한 품질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된 와인등급법규를 무시하고 이곳 테루아에 맞는 외래품종을 재배하여 세계적인 수준의 와인을 탄생시키게 된다. 지금까지 사용해왔던 대형 슬로베니아 오크통 대신 225l의 작은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숙성하는 양조방식을 선택했다. 이 중심에 섰던 수퍼 토스칸 와이너리 중 필자는 맨 먼저 안티노리 가문이 운영하고 있는 구아도 알 타소 와이너리를 방문하였다.

우산처럼 하늘을 뒤덮은 소나무 가로수 길을 지나 1868년에 지어진 아름다운 건물에 도착하니 대외 홍보 책임자 루이사 포쉐티 여사와 양조담당 마르코 페라레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1385년부터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한 안티노리 가문은 700년 동안 26대를 이어온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와인명가다. 이곳은 1932년 25대 니콜로 안티노리가 볼게리지역의 오랜 와인명가 델라 게라르데스카 가문의 딸 카를로타와 결혼하면서 그녀가 지참금으로 가져온 땅이다. 본격적으로 와이너리로 개발하기 시작한 1940년대 전까지만해도 이곳은 너도밤나무, 참나무, 야생 올리브 나무와 아이비와 주니퍼 등 지중해성 초목으로 이루어진 원시적인 숲이었다. 뿐만 아니라 멧돼지, 사슴, 오소리, 여우, 족제비, 두더지, 이리들이 노니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주민들은 농사와 사냥 그리고 바다에서 고기잡이로 생계를 꾸려가는 평범한 시골이었다.

와인을 여과하기 위해 새로운 오크통에 와인을 옮기는 랙킹 작업.


700년을 이어온 안티노리 가문
구아도 알 타소 와이너리는 지금도 총1000ha의 광활한 면적 중 300ha가 포도원이고 나머지 땅은 밀, 해바라기, 올리브 농장으로 사용하고 자연림을 최대로 살려 이 지역의 자연과 역사적 문화적 유산을 잘 보호하고 있었다. 볼게리의 야외극장이라고 일컬어지는 와이너리는 내륙쪽 언덕에서부터 지중해의 티레니아해 연안까지 부드러운 경사로 펼쳐져 있는 광활한 평원이었다. 한창 랙킹(여과)작업을 하고 있는 셀라 구경을 마치고 포도원을 둘러보았다. 해발 45~60m의 포도원에서는 각각의 토양에 적합한 토착품종인 베르멘티노·산지오베제에서부터 국제적 품종인 카베르네 쇼비뇽·멜롯·시라·카베르네 프랑 등을 재배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4종류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로제와인인 스칼라브로네, 베르멘티노 100%로 만든 베르만티노 화이트와인, 카베르네 쇼비뇽·멜롯·카베르네 프랑을 배합하여 만든 대표적인 수퍼 토스칸 구아도 알 타소 레드와인, 카베르네 쇼비뇽·멜롯·시라를 배합한 일브루치아토 와인이다.

레드 와인은 발효 후 8개월에서 14개월 동안 오크통 속에서 숙성하여 병입한다. 포도밭 가운데 70ha의 자연림에서는 친타 세네세(토스카나 최고 양질의 토종돼지) 등의 가축을 방목하고 있었다. 자연사료를 먹인 이 돼지로 소량이지만 양질의 피노키오나 살라미와 프로슈토를 만든다고 한다. 와인을 시음하기 위해 다시 본관 응접실로 돌아오니 먹음직스럽게 갓 구워낸 빵과 이곳에서 키운 돼지로 만든 피노키오나 살라미와 프로슈토가 와인과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와인은 베르멘티노 2011년산과 구아도 알 타소 2008년산을 시음하였다. 베르멘티노는 스테인리스통에서 숙성하여 바로 병입하기 때문에 신선한 과일향과 살아있는 산도가 일품이었다. 특히 이곳의 프로슈토와 좋은 페어링을 이루었다. 구아도 알 타소는 국내에서도 여러 번 맛보았지만 짙은 루비빛깔에 잘익은 체리와 자두의 과일향, 시거와 초콜릿 향기가 났다. 2008년산인데도 부드러운 타닌과 잘 짜여진 구조감이 좋았다. 위대한 와인은 항상 문명과 자연의 조화에 의해서 탄생된다. 우수한 볼게리의 테루아와 안티노리의 와인에 대한 열정이 빚어낸 혁신의 산물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와인이었다.

글·사진|송점종<우리자산관리 대표, Wine MBA> j-j-so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