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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기행]잘츠부르크의 음악, 그리고 와인과 음식문화 <2013 06/04ㅣ주간경향 1028호>
등록일
2014-03-13 오전 9: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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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와 함께 오늘날 잘츠부르크를 음악의 도시로 알린 것은 할리우드의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이다.

잘츠부르크는 기원전 로마시대부터 건설되었던 역사 깊은 도시지만, 우리에게는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통해 음악의 도시로 더 알려져 있다. 중세에는 암염 채굴을 통해 막강한 부를 축적했고 한때 종교권력의 중심이었다. 이 도시가 지금은 음악과 문화유산으로 관광수입을 창출하며 또 다른 풍요를 구가하고 있다. 흥미로운 역사의 아이러니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결혼식 장면을 촬영한 장소로 유명한 달의 호수 몬트제 마을의 동화 속 건물 같은 카페 거리.


잘츠(Salz)는 독일어로 소금, 부르크(Burg)는 도시를, 그리고 베르크(Berg)는 언덕을 의미한다는 것만 알아도 독일어권 여행에서 많은 도움이 된다. 따라서 잘츠부르크는 주변 잘츠카머구트에서 채굴한 소금의 경제력으로 건설된 소금의 도시다. 7세기 말 독일의 바바리아 지역을 관장하는 대교구로 출발하여 1803년까지 이곳 대주교는 도시와 주변을 통치하는 실질적인 군주였다. 지금은 이해할 수 없지만 당시는 신성로마제국과 로마교황청이 전 유럽을 사실상 통치하고 있었던 중세 암흑기였다.

잘츠부르크 랜드마크 호엔잘츠부르크성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잘츠부르크의 구시가를 거닐다보면 누구나 역사의 시간 속에 있다는 착각을 하게 한다. 특히 예술품 같은 철제세공 간판들이 가게마다 개성을 뽐내는 낭만적인 ‘게트라이데가세’를 지나, 모차르트의 생가에서 어린 시절 그가 사용했던 각종 악기와 악보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동을 준다. 바로크 양식의 대성당과 대주교가 살았던 화려한 주교관을 보면 다시 한 번 당시의 세속적인 종교권력의 힘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잘츠부르크의 랜드마크는 120m 높이의 깎아지른 듯한 언덕 위에 우뚝 서 있는 웅장한 호엔잘츠부르크성이다. 11세기에서 15세기에 걸쳐 황제와 교황의 패권싸움에서 자치권을 지키기 위해 세운 견고한 요새로, 유럽에서 가장 크고 보존이 잘되어 있다. 실제로 함락된 적이 없는 이 성채 안에서는 대주교가 거주했던 화려한 궁전, 극장, 무기고, 도서관과 감옥 등을 볼 수 있다. 감옥에 있는 끔찍한 고문시설이 눈길을 끈다.

성채의 전망대에 오르면 잘츠부르크 시와 알프스의 아름다운 전원 풍경을 360도로 감상할 수 있다. 신시가지에 있는 미라벨 궁전 정원에서 바라보면 회색빛 바로크풍의 구도시와 함께 소금처럼 하얀 빛깔의 성채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기하학적으로 꾸며진 미라벨 정원은 베르사유보다는 작은 규모지만 그 아름다움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 17세기 볼프 디트리히 대주교가 비련의 연인, 살로메 알트를 위해 만든 정원이기에 더 아름답게 보이는지도 모른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잘츠부르크 구시가에 있는 낭만적인 ‘게트라이데가세’. 예술품 같은 철제세공의 간판들이 아름답다.


그러나 가장 멋있는 장면은 유명한 ‘베르나르 브네’의 작품을 원 없이 감상할 수 있는 야외조각공원에서 바라본 풍경이었다. 푸른 벌판에 설치되어 있는 녹슨 철제아크 조각품 너머 900년의 세월을 품고 있는 하얀 소금의 성을 보고 있노라니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연출해내는 묘한 아름다움에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모차르트와 함께 오늘날 잘츠부르크를 음악의 도시로 알린 것은 할리우드의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이다. 실화를 배경으로 한 할리우드의 영화산업 덕택이지만 여전히 촬영지를 순회하는 패키지투어는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다. 도레미송을 불렀던 미라벨 정원, 트랍 대령의 저택으로 묘사됐던 레오폴츠크론 성과 호수, 노래하며 춤춘 아름다운 정자가 있는 여름 궁전 헬브룬, 마리아와 대령의 결혼식을 촬영한 교회가 있는 몬트제의 아름다운 호수와 알프스 산록을 방문하는 코스다. 이 중 몬트제 카페거리에는 건축물이 동화 속의 장면처럼 펼쳐져 있어 인상적이었다.

알프스 산록에 위치한 잘츠부르크는 와인 산지가 아니다. 그러나 필자에게는 어떤 유명 와인 산지보다도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을 갖게 한 도시였다. 오스트리아 와인 마케팅 협회의 전 회장이며, 필자의 와인MBA 동창인 마이클 터너의 예약으로 잘츠부르크 공항 내 Hangar-7(행가세븐·격납고-7)에 있는 이카루스 레스토랑을 찾았다.

비행접시 외형을 한 이카루스 레스토랑

Hangar-7에 있는 이카루스 식당 셰프 테이블에서 음식과 함께 마셨던 와인. 와인 뒤에 있는 이가 서빙을 담당한 소믈리에.

유리와 철골로 이루어진 비행접시 외형을 한 현대적인 건물이 필자를 압도하였다. 행가세븐은 역사가 있는 비행기와 초기 경주용 포뮬러 1을 수집, 전시한 레드불의 격납고로 식당, 전시장, 바와 공연장을 갖춘 최첨단 문화공간이다. 이카루스는 미슐랭 가이드 별에 랭크되어 있는 행가세븐 안에 있는 식당 이름이다. 높이 날고자 하는 인간 욕망의 허망함을 시사하는 그리스 신화 속 인물인데, 비행기를 격납하는 행가세븐과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되었다. 식당은 세기의 요리사 에카르트 위치맨 주도 하에 국제적인 주방장들이 매월 돌아가며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입구에서 안내를 받고 간 곳은 놀랍게도 홀이 아닌 주방이 아닌가! 예약하기가 어렵다고 하여 임시로 마련한 테이블인가 생각하였는데 얼마 후 그곳이 요즈음 우리나라에도 유행하고 있는 ‘더 셰프테이블’(The chefstable, 혹은 Kitchentable로 미식가나 VIP를 위해 주방 안에 특별히 마련한 테이블에 직접 주방장이 요리한 음식을 즉석에서 서빙하고 설명하기도 한다)이라는 것을 알고 놀랐다. 음식과 예술을 접목시킨 패션 푸드로 유명한 스타 수석 셰프 로랜드 트레틀이 손수 만든 요리를 직접 서빙하였다. 그가 준비한 요리는 전채를 포함하여 총 9종류, 그리고 요리와 궁합을 맞춘 와인도 9가지를 특별히 선택하여 전속 소믈리에가 서빙하였다. 2시간 넘는 식사 시간에 우리는 음식과 와인을 주제로 즐거운 대화를 나눴다.

미라벨 정원에서 바라본 웅장한 호엔잘츠부르크 성. 가운데 청동지붕이 보이는 곳이 대주교관과 성당이다.


자연스럽게 필자가 쓴 <와인 앤 와이너리> 책과 그가 집필한 ‘Fashion Food’ 외 여러 요리책을 주고 받았다. 지면관계상 그날의 요리와 와인의 궁합 얘기를 다할 수 없어 아쉽지만 그는 일본에서도 수년 동안 요리를 배운 영향 때문인지 참치 타다키, 훈제장어, 중국산 루바브를 사용한 재료나 음식의 디스플레이가 매우 섬세하고 동양적이었다. 특히 푸아그라와 모렐버섯을 곁들인 루바브 피제타(미니 피자)에 1990년산 그뤼너 벨트리너 ‘솔리스트’의 페어링은 완벽 그 자체였다. 2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균형을 잃지 않고 살아있는 화이트와인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었다.

황제(?)의 만찬을 끝낸 후 가격과 팁이 어느 정도일까 생각하면서 계산서를 요청하니 ‘Complimentary!’(무료), 트레틀이 필자를 특별한 손님으로 대접한다고 하면서 한국의 요리사가 필요할 때 도와달라고 하였다. 그와 헤어진 후 아직까지 한국요리사를 구해달라는 요청을 받지 못했지만 필자는 언젠가 그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글·사진|송점종<우리자산관리 대표, Wine MBA> j-j-so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