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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기행]부르고뉴의 또 다른 전설 마코네와 푸이이-퓌세 와인 <2014 01/14ㅣ주간경향 1059호>
등록일
2014-03-13 오전 9:5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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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알리고테는 샤르도네와 달리 드라이하면서도 마시기 쉬운 황금빛 와인이다.

코트 드 본의 남쪽에 접해 있는 코트 샬로네즈와 남쪽 보졸레 지역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마코네는 부르고뉴 와인의 또 다른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지역이다. 대부분의 부르고뉴 여행객들은 코트도르의 명성과 보졸레의 유명세에 가려진 이 지역을 간과하고 있다.

코트 샬로네즈는 코트도르 풍경과는 달리 가축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목초지와 과수원 너머 멀리 산등성이의 석회암 경사지에 포도원이 발달해 있는 전형적인 유럽의 농촌 풍경이다. 이 지역의 와인 역시 그동안 와인 애호가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곳 테루아의 잠재성을 새롭게 발견한 주요 네고시앙들이 양조기술과 자본을 투입하여 양질의 와인을 생산하면서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화이트와인과 레드와인을 생산하고 있는 이곳은 코트도르 지역처럼 화려한 와인은 아직 없지만 좋은 테루아와 프르미에 크뤼급 와인이 많아 언젠가는 부르고뉴의 또 다른 전설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코네 지방의 랜드마크인 거대한 분홍색 석회암바위 로슈 드 베르지송 아래 펼쳐진 푸이이-퓌세 포도원 풍경.


륄리, 메르퀴레, 지브리, 몽타니 지역을 중심으로 깔끔한 샤르도네 화이트와인과 간결하면서 마시기 좋은 피노누아 레드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유명한 곳은 부즈롱 지역인데, 샤르도네가 아닌 100% 알리고테(Aligote) 품종으로 개성 있는 화이트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알리고테는 샤르도네와 달리 드라이하면서도 마시기 쉬운 황금빛 와인이다.

로마네 콩티의 공동소유자인 오베르 드 빌렌이 생산하고 있는 부즈롱 알리고테로 더욱 유명해졌다. 샬로네즈 지역에서 D981번과 A6번 고속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60km를 달리면 보졸레 지역 인근 손 강변에 마코네 와인과 보졸레 와인의 중심지인 아름다운 마콩시가 있다.

마콩시는 고대 로마시대에 건설되었던 도시로 해마다 열리는 국제와인박람회로 유명하다. 손강은 유럽에서 특이하게 바다로 흐르지 않는 지류로, 북쪽 보주산맥에서 발원하여 리용시 론강에 합류할 때까지 장장 480km를 천천히 흐르는 아름다운 강이다. 카이사르는 일찍이 그의 <갈리아 전기>에서 물길의 방향을 알 수 없는 강이라고 기술하였다.

국제와인박람회로 유명한 마콩시
마코네는 가격 대비 품질 좋은 와인 생산지역으로 알려져 있지만, 남서쪽 보졸레 인근에서 생산하는 세계 최고의 화이트와인, 푸이이-퓌세로 더욱 유명하다. 연녹색을 띤 금빛의 드라이 화이트로 시간이 흐를수록 섬세하고 화려한 향기를 뿜어내는 명품 와인이다. 샤르도네가 석회암과 붉은 빛을 띤 알칼리성 진흙이 풍부한 테루아를 만나 샤블리 스타일과는 완전히 다른 와인을 탄생시킨 것이다.

코트 샬로네즈 지방의 유명한 부즈롱 지역에서 익어가고 있는 알리고테 포도.



이곳엔 와인뿐만 아니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지질학적인 랜드마크, 로슈 드 솔뤼트레(Roche de Solutre)가 있다. 선사인들의 유적이 발견된 거대한 연분홍색 바위인 로슈 드 솔뤼트레를 배경으로 펼쳐진 포도원을 보고 있자니 단순히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넘어 영적인 느낌마저 감돌았다. 이곳에서 다시 북쪽 좁은 산길을 따라 베르지송 마을에 도착하니 또 다른 자연의 경이로운 산물인 로슈 드 베르지송이란 바위를 볼 수 있었다.

오른쪽에 있는 로슈 드 솔뤼트레와 함께 마치 쌍둥이처럼 우뚝 서 있었다. 마을 꼭대기에 서니 두 바위 사이 계곡의 능선을 따라 아스라이 펼쳐진 푸이이-퓌세 마을의 광활한 포도원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필자는 문득 그 옛날 이곳에 살았던 선조들이 와인을 만들지는 않았더라도, 야생포도는 먹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부르고뉴 중심 도시 본에서 남쪽으로 불과 18km 떨어져 있는 작은 시골마을 샤니는 세계의 미식가들에게 특별한 마을이다. 코트 샬로네즈 최북단에 위치해 있는 이 와인마을이 유명해진 것은 무엇보다도 미슐랭가이드 별 3개를 가지고 있는 세계적인 메종 라믈루아즈 레스토랑이 있기 때문이다. 3대에 걸쳐 90년 동안 이어온 이 레스토랑은 1931년에 이미 별 2개에 랭크되었으며, 1979년에 최고 등급인 별 3개를 획득하였다.

필자는 2008년부터 수석 주방장으로 있는 젊은 셰프 에릭 프라스가 개발한 부르타뉴 가재와 게, 농어등살과 토마토, 개구리와 포르치니 버섯, 그리고 솔로뉴 사슴고기를 포함한 총 7가지 요리를 주문하였다. 와인은 이 지역의 자랑 푸이이-퓌세 화이트와 본 로마네 프르미에 크뤼 2005년산 레드를 주문하였다.

2013년 세계 1위 레스토랑으로 선정된 메종 라믈루아즈 레스토랑에서 다양한 생치즈가 직접 서빙되고 있는 모습.



와인리스트를 보니 놀랍게도 와인숍에서 2만 유로가 넘는 로마네 콩티가 5500 유로에 불과했다. 세계 최고의 요리와 와인을 페어링(궁합을 맞춤)할 수 있도록 고려한 로마네 콩티의 자부심과 가격정책이 놀라웠다. 물론 와인은 외부 반출이 불가능하며 반드시 그 자리에서 식사와 함께 마셔야 한다는 엄격한 조건이 붙었지만….

작은 시골마을의 별 3개 레스토랑
연말모임이나 비즈니스디너에서 주문한 와인을 시음한 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와인 맛을 적절히 표현하는 것이 와인 에티켓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와인은 눈으로 색깔을 보고, 코로 향기를 맡으며, 입으로 맛을 느끼는 3단계를 통해 표현할 수 있다.

같은 화이트라도 샤르도네는 수정같이 맑고 약간의 볏짚 색을 띠는 노란색이지만, 소비뇽 블랑은 금빛을 띠는 노란색이다. 향기는 유시 데이비스(UC Davis)가 개발한 아로마 휠에 나온 과일, 식물, 견과류, 캐러멜, 나무, 흙, 화학물질, 알코올, 산화된 향, 미생물, 꽃, 향신료 등 12가지 아로마를 근간으로 자신이 경험한 향기를 표현하면 된다. 잔을 흔드는 것은 산소와의 접촉을 촉진시켜 향기를 우러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마지막으로 와인을 입안에 머금고 굴리면서 혀와 입천장에 발달한 미각(단맛·신맛·쓴맛·짠맛)과 압각(매운 맛·떫은 맛)을 통해 와인의 단맛이나 산도, 타닌의 떫은 맛을 평가하면 된다. 오래 숙성된 타닌은 부드럽고 감미로우며, 알코올이 많고 무게감이 있는 와인은 풀 바디, 달지 않은 와인은 드라이, 맛이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이 잡혀 있으면 웰 밸런스, 와인을 마시고 난 후 입안에 남아 있는 잔향은 지속성이라고 표현한다.

세계 최고급 화이트와인 푸이이-퓌세(오른쪽)와 알리고테 화이트와인.


지금까지 필자가 소개한 표현 방법은 순수한 서술적 표현이고 누구든지 자신만의 시적 언어로 표현할 수도 있다. 와인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노년의 웨이터가 마지막 디저트를 직접 테이블에서 만들어 서빙할 때까지 약 3시간이 식사시간으로 소요됐다. 

부득이 오후 와이너리 방문 일정을 취소하였다. 지면관계상 그날 즐겼던 요리들을 일일이 소개할 수 없어 아쉽지만 필자는 귀국 후 로이터통신을 통해 이 식당이 2013년 세계 10대 레스토랑에서 1위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접하였다. 그리고 12월에는 그들로부터 크리스마스 축하메시지를 메일로 받았다.

<글·사진 송점종 우리자산관리 대표·Wine MBA j-j-song@hanmail.net>